문자
2015.11.30 16:04

물비린내 (Fishy smell)

조회 수 8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내가 열한 살이 되던 해,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5층짜리 규모의 작은 아파트였지만, 당시로써는 아파트라는 게 흔치 않은 것이었기에 우리 가족 모두는 들떠있었다.

이삿짐을 모두 내려놓고, 엄마는 제일 먼저 목욕하기 위해 물을 받았다. 개인 보일러를 떼던 주택과는 다르게, 온수를 틀자마자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게 신기하셨나 보다.

엄마가 목욕을 하는 사이, 나는 놀이터로 나갔다. 주택에 살았을 때에도 동네 친구들과 인근 공터에서 놀았었지만, 모래 바닥에 미끄럼틀이며, 그네며, 시소가 있는 놀이터는 처음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4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고, 같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내가 술래가 되었을 때였다. 규칙대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재빠르게 말하고 뒤돌았는데, 저 멀리 그네에 남자 아이가 앉아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한참 유행이 지난 셔츠를 후줄근하게 입고 있었고, 무엇보다 얼굴이 소름끼치게 창백했다. 한참을 그에게 시선에 뺏겨서 멍하게 있었는데, 친구들이 어느새 다가와 나를 흔들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친구들에게 그네에 앉은 아이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얼굴이 창백한 아이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고, 아무도 그에 대해 알지 못했다.

 

찝찝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간 나만큼 엄마도 기분 나쁜 얼굴이었다.

물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엄마의 말대로 욕조에 가득 담긴 물에서 비린내가 났다. 오랫동안 고인 물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

엄마는 관리사무소에 가서 경비 아저씨에게 이야기를 했고, 아파트 단지 내 시설 담당자와 함께 우리 집으로 왔다. 그들도 물에서 악취가 난다고 인정을 했고, 이유를 알기 위해 배관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배관에는 문제가 없었고, 옥상에 있는 커다란 물탱크를 열어보아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들 의아해하며 이유를 알아보고 있는데, 내 눈에 또다시 얼굴이 창백한 아이가 보였다. 그는 난관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우리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이끌리듯 다가갔다. 그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소름끼쳤지만,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 엄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나는 난간에 발이 낀 채 매달려있었다. 엄마는 나의 팔을 꼭 붙잡고 끌어당기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경비 아저씨의 신고로 소방관들이 출동했고, 난간에 내 발을 빼기 위해 온갖 방법이 동원되었다. 그러나 도저히 빠지지 않았고, 결국 소방관들은 절단기로 난간을 통째로 잘라내기로 하였다.

숨 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난관이 통째로 뽑혔다. 그런데, 난관이 박혀있던 자리에 무언가가 붙어있었다.

사람의 살점이었다. 소방관들은 그 부분을 더 파내었고, 콘크리트에 묻혀있는 아이의 시체를 발견해냈다.

놀랍게도, 아이의 시체는 조금 전 보았던 그 창백한 아이의 옷차림과 같았다.


  1. 물비린내 (Fishy smell)

    Date2015.11.30 Category문자 By수피야담 Reply0 Views85 file
    Read More
  2. 타인의 조각 (Piece of flesh)

    Date2015.11.15 Category문자 By수피야담 Reply0 Views133 file
    Read More
  3. '도시전설' 소개 및 게시판 규칙

    Date2015.10.31 Category문자 By수피야담 Reply0 Views44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로그인

로그인폼

로그인 유지